교육학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이라면 한 번쯤 '학습이론(learning theory)'에 대해서 들어보셨을 텐데요.
학습이론이란 '학습'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학습하는 과정에서 지식이 어떻게 얻어지고 처리되는지를 설명하는 이론입니다.
대표적인 학습이론에는 행동주의(behaviorism), 인지주의(cognitivism), 구성주의(constructivism)가 있는데요.
최근에는 학습자들이 사회적인 상호작용을 통해 상대적인 지식을 구성해나간다는 '구성주의'가 교육 분야의 지배적인 패러다임이죠.
학습자 중심주의, 맞춤형 학습, 협력학습 등 화두가 되는 개념들이 모두 구성주의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최근 학습 패러다임의 변화에 대해서 공부하면서 재미있는 아티클을 하나 찾았는데요. 이미 Google Scholar에서 만 번이 넘게 인용되었을만큼 유명한 아티클, Connectivism: A Learning Theory for the Digital Age 입니다.
학습 패러다임은 어떻게 변화하는가
패러다임(paradigm)은 "어떤 한 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의 견해나 사고를 지배하고 있는 이론적 틀"로 정의될 수 있는데요. 패러다임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하기 시작한 Thomas Khun에 따르면 기존의 패러다임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현상들이 지속적으로 발견되고, 이를 설명할 수 있는 새로운 이론이 제시되어 받아들여질 때 비로소 패러다임의 전환이 일어난다고 합니다.
그동안 교육 분야에서도 학습과 지식이 무엇인가를 정의하는 학습이론들이 패러다임의 역할을 해 왔는데요. 학습 패러다임 변화의 역사를 간략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전통적 행동주의: 학습은 자극과 반응을 통해 일어나며, 보상(reward)과 벌(punishiment)의 적절한 조절을 통해 학습을 촉진할 수 있다.
→ 그러나 외적 보상이 주어지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학습이 일어나는 현상 등은 설명하지 못함
인지주의의 대두: 학습에 대해 이해하려면 단순히 자극과 반응이 아닌 학습자 내면에서 일어나는 인지적 과정을 이해해야 한다.
→ 객관적인 지식관에 기초하기 때문에, 사람마다 같은 것을 보고도 다르게 이해하는 지식의 상대성을 설명하지 못하며, 창의적 사고 같은 고차원적인 사고 과정에 대한 설명력이 부족
구성주의의 대두: 지식은 학습자가 사회적 상호작용을 통해 상대적으로 형성해 가는 것이다.
연결주의(Connectivism)란 무엇인가?
위의 내용처럼 각 학습이론은 이전의 학습이론이 설명할 수 없었던 부분에 대한 설명력을 보충하면서 발전되어 왔습니다.
오늘 설명할 연결주의는 2005년 George Siemens와 Stephen Downes가 처음 제시한 학습 이론으로, 기존의 학습 이론들은 디지털이 학습 환경에서 일상적으로 사용되기 이전에 확립되었기 때문에 디지털 시대의 학습 과정에 대한 논의가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연결주의의 특징을 몇 가지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학습은 더 이상 지식이나 정보의 획득에만 기반하는 것이 아니며, 흩어져 있는 지식의 연결 또는 상호작용을 통해 일어난다. 즉, 학습이란 단순히 지식을 습득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정보 소스를 연결하여 의미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 지식은 정적이거나 고정된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진화하고 변화한다.
- 디지털 시대에 지식은 더 이상 교과서, 교실 또는 물리적 세계에서만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온라인 커뮤니티, 소셜 미디어 및 디지털 리소스를 포함하여 다양한 형태와 소스에서 찾을 수 있다.
- 지식은 학습자의 내면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소스와 플랫폼에 분산되어 저장되어 있다.
- 디지털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정보가 너무 많기 때문에, 다양한 정보의 품질과 적절성을 평가할 수 있는 비판적 사고, 문제 해결 능력, 정보 활용 능력 역량이 보다 중요하다.
이처럼 연결주의는 학습자의 인지과정 및 지식의 내면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던 기존의 학습이론들과는 다르게, '지식은 학습자 바깥에도 존재할 수 있으며, 디지털은 학습 과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연결주의가 던지는 질문
아래는 Siemens(2004)의 글에서 제시하고 있는 질문들을 한국어 번안한 것으로, 왜 연결주의가 대두되었는지와 디지털 시대의 학습에서 우리가 생각해보아야 할 것은 무엇인지에 대해서 좋은 인사이트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 지식이 더 이상 선형적으로 습득되지 않는다고 할 때 (디지털 시대의 학습 방식), 기존의 학습이론에는 어떤 영향이 있을 것인가?
- 테크놀로지가 기존에는 학습자 스스로 수행하던 인지적 작업들을(암기, 정보의 저장, 회고 등) 대신할 수 있게 된다면, 기존의 학습 이론들은 어떻게 수정될 수 있을 것인가?
- 우리는 빠르게 진화하는 정보 생태계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 학습해야 하는 지식에 대해서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상태로 수행해야 할 때, 학습 이론들은 이를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연결주의에 대해서 더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 Siemens의 원문을 살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약 8페이지 분량이라서 짧고 이해하기 쉽게 설명되어 있습니다.
Reference
Siemens, G. (2004). Connectivism: A learning theory for the digital age [html]. Retrieved from http://www.itdl.org/journal/jan_05/article01.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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