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에듀테크 분야에서 가장 화두가 되는 주제 중에 '증거기반(evidence-based)'이 있습니다. 에듀테크에 관심 있으신 분들이라면 한 번쯤 들어보셨을 텐데요! 증거기반이란 명확한 과학적 근거를 통해 에듀테크의 효과나 필요성 등을 검증하고, 이에 기반하여 교육 현장에 적절한 에듀테크를 선택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물론 증거기반이라는 용어가 없던 시절에도 수많은 에듀테크 서비스들이 존재했었죠. 그런데 왜 현 시점에 증거기반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는 걸까요?
저는 그 일차적인 이유로 '공교육-민간기업 간 협력의 필요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전통적으로 공교육은 상당히 폐쇄적인 성격을 띠어 왔는데요.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테크놀로지를 통해 다양한 교육적 이점을 구현할 기회는 많아졌지만, 이를 공교육이 모두 실현하기에는 기술적·인적·시간적 자원이 부족합니다. 따라서 더욱 질 높은 교육을 위해 민간 에듀테크 기업들이 제공하는 서비스들 중 적절한 것을 검증하고, 효과적으로 도입할 방안이 필요해진 것이죠.
지금도 전 세계 곳곳에서는 연일 쏟아지는 에듀테크 서비스에 대한 과학적 증거를 마련하고, 이를 교육 현장과 연결해 교사, 학생, 정책 입안자들을 돕고자 하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오늘은 그러한 증거기반 에듀테크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시도들 중 벤치마킹 할 만한 사례인 'EdTech Hub'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EdTech Hub의 비전과 미션
◎ 명확한 증거(Clear evidence) ◎ 더 나은 결정(Better decisions) ◎ 더 많은 배움(More learning)
EdTech Hub는 증거의 제공을 통해 사람들이 교육에서 테크놀로지를 활용하는 데 더 나은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 글로벌 리서치 파트너십입니다. 가장 큰 특징은 월드뱅크, 유니세프 등과 파트너십을 맺고 개발도상국 국가들을 중심으로 한 증거기반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EdTech Hub와 직접적으로 협력하고 있는 7개국은 방글라데시, 가나, 케냐, 말라위, 파키스탄, 시에라리온, 탄자니아이며 이외에도 인도네시아, 엘살바도르, 라틴 아메리카 등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합니다.
EdTech Hub에서 집중적으로 에듀테크의 증거를 수집·전달하고 있는 5가지 영역은 다음과 같습니다.
- 의사결정을 위한 데이터* (Data for Decisions)
- 디지털 개인화 학습 (Digital Personalized Learning)
- 여학생 교육 & 테크놀로지 (Girl's Education & Technology)
- 참여 & 소통 (Participation & Messaging)
- 교사의 지속적인 전문성 개발 (Teacher Continuous Professional Development)
*의사결정을 위한 데이터 -
테크놀로지가 교육 데이터의 수집과 분석, 데이터를 통한 학습 성과 향상 계획을 어떻게 지원할 수 있는가?에 초점을 맞춘 영역
증거기반 에듀테크 생태계를 위한 EdTech Hub의 3가지 접근
연구 (Research)
증거기반의 핵심이 되는 과학적 증거는 '연구'에서 나옵니다. EdTech Hub 역시 증거기반 에듀테크 생태계를 건설하는 첫 번째 접근으로 연구를 제시하고 있는데요. 이들이 수집하고 있는 연구의 종류는 논문, 국가별 사례분석, 정책 문서, 헬프데스크 답변 등으로 다양하게 분포되어 있습니다. 2023년 8월 27일 현재 총 6,428개의 증거가 수집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증거들은 모두 사용자들이 자신의 필요에 따라 쉽게 검색하고 유용하게 쓸 수 있도록 '태그'로 필터링되어 있는데요. 문서 종류 뿐만 아니라 학습자(learners)와 교육자(Educators), 하드웨어(Hardware and modality)와 같이 카테고리가 굉장히 세분화되어 있습니다.
혁신 (Innovation)
EdTech Hub는 교육 현장-연구-에듀테크 서비스를 연결하는 접근 방법으로 '혁신'을 택하고 있는데요. 이들이 말하는 혁신은 샌드박스(sandbox method)라고 합니다. 샌드박스는 일반적으로 미국의 가정집 뒤뜰에서 어린이가 다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만들어진 모래 통(구역)을 의미하는데요. EdTech Hub에서는 잘못된 에듀테크의 활용으로 아이들이 학습 위험을 감수하지 않도록 에듀테크 기업들과 연구진, 정부가 협업해 에듀테크를 실제 환경과 같은 상황에서 미리 테스트하고 발전 방향을 모색하는 하나의 프로세스를 샌드박스로 지칭하고 있습니다. Sandbox Method 가이드를 포함한 핸드북을 누구나 다운로드 받아 볼 수도 있습니다.
기술지원 (Technical assistance)
마지막으로 FCDO 교육 자문가들, 월드뱅크 및 유니세프 직원들이 상주하며 개발도상국 국가 교육 관계자들의 다양한 기술 문의에 대해서 온라인으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에디터 노트
EdTech Hub의 경우 개발도상국 국가들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는 제한점이 있기는 하지만, 이들이 취하는 3가지 접근을 보면 증거기반 에듀테크 생태계를 만들어가기 위해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됩니다.
특히 에듀테크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는 '연구' 페이지가 인상깊었는데요. 저는 증거기반 에듀테크 생태계가 활성화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증거에 대한 접근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에듀테크에 관심있는 사람들 뿐만 아니라, 에듀테크/교육 이론 등에 대해서 전혀 모르는 사람일지라도 누구나 시·공간에 상관없이 자신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에 대한 증거를 쉽고 빠르게 찾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우리나라의 경우 에듀테크에 관한 증거를 학습자 측면에서는 K-12, 고등교육과 같은 학교급별 또는 학년별로 구분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런데 EdTech Hub의 학습자 카테고리를 살펴보면 장애아동/특수학생, 소수자 그룹, 공교육 바깥의 학생, 난민 또는 이주자 학생 등 대상 학습자 자체가 굉장히 세분화 되어 있습니다. DEI를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있고, 공교육 내·외 다양한 교육적 맥락의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형태로 분류되어 있는 것이죠. 이외에도 교육자 측면에서는 선생님 뿐만 아니라 학교 행정 인력, 학부모도 구분되어 있어 자신의 입장이나 필요에 맞는 증거를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교육에서 테크놀로지를 활용한다는 것은 단순히 학생들의 학습 성과를 높인다는 측면 뿐만 아니라, 장애를 가진 학생이나 다양한 불편 및 다름을 겪는 학습자들이 함께 협업하고 학습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측면에서 그 중요성이 더해진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우리가 에듀테크의 증거를 평가하고 수집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단계에서 공교육, 공교육 외의 환경(홈스쿨링 등), 교육 현장 내 다양한 맥락과 수요(특수교육, 다문화교육 등)를 함께 고려하고 반영할 수 있어야만 모두를 위한 증거, 모두를 위한 교육을 실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Education for all!
'EdTech Now' 카테고리의 다른 글
CLOVA X : 네이버가 만든 생성형AI의 등장 (0) | 2023.08.29 |
---|---|
학생 테크 팀 : 학교 커뮤니티와 학생들의 역량을 함께 성장시키는 방법 (0) | 2023.08.28 |
OpenAI, 'ChatGPT-4' 공개... 기존 ChatGPT(챗지피티)와 달라진 점은? (0) | 2023.03.16 |
<2023 에듀테크 트렌드 보고서> 한눈에 읽기 (0) | 2023.03.11 |
캐나다 교육 전문가가 전하는 ChatGPT의 가능성 (2) | 2023.02.17 |